작년 8월 이후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다.

 제니퍼 로렌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버스타고 2존까지 간것이다.

제니퍼 로렌스가 나오는 레드 스패로랑 블랙팬서 티켓을 받고선 아담한 영화관에 앉았다.
하도 유튜브로 영상보는게 일상이라 그런지...
엄청 큰 스크린은 아니여도 작지만 스마트폰보다 훨씬 큰스크린에서 사람도 없어서 엄청나게 편하게 봤는데도 뭔가 어색하고 시큰둥한 느낌이였다. 영화관 자체가.
왜 그런지 도통 모르겠..
이전에 본 영화가 작년 8월이였는데, 인도에서 힌디 영화 Toilet을 엄청 큰 스크린에서 봐서 그런가..?
피부가 극사실주의처럼 느껴질정도로 큰 상영관이긴 했음. (벌써 인도가 그리워진 것인가....?)

아무튼 제니퍼 로렌스 느님이 나오는 영화이니 열심히 보았다.
역시 나의 영어 실력에 속으로 눈물이 났지만 꾸역꾸역 봤음..
신기한건 제니퍼 로렌스가 러시아인 역활이여서 그런지 발음마저 외국인(러시아인을 모델로 삼았겠지..)이 영어하는 연기까지 섞여있었다. 그녀는 대체....
꼭 뭐랄까. 서울토박이가 부산사람 역활 하려고 사투리배워서 연기하는 느낌이랑 비슷 하달까

그녀의 다른나라 발음 섞인 영어 발음과 같이 나온 삼촌 역 배우의 영어 발음도 그렇고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영화 내용도 기존의 첩보물과는 다른 느낌. 여자가 주인공이라서 그런가. 영화 '루시'가 생각이 났고, 역시 제니 퍼 로렌스든 스칼렛 요한슨이든 단독 주연은 껌일 만큼 극을 이끌어가는 힘과 카리스마가 있다는 것.

아무튼 뭐랄까..
스스로를 구원하는 느낌이였다.
영어 리스닝의 한계 때문에 100프로 알아 듣지도 이해도 못했지만, 작전 수행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그에 따른 복수도 하고 마지막에 엄마와 식탁에서 웃으며 밥 먹는 씬이 참 기억에 남는다.

기승전 엄마와 행복하기 위한 발걸음이였고 미국도 본인 정부에도 순순히 따라서 작전을 수행 하기보단.
그저 행복해 지고 싶은 사람의, 본인의 인생을 누구의 도움없이 스스로 구원하는 영화로 느껴졌다.
그리고 제니퍼 로렌스의 관능미와 매력은 덤이였지.

제목이 '레드 스패로' 보단 '제니퍼 로렌스' 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그녀의, 그녀에 의한, 그녀를 위한 영화였다.
정말 작품들이 다양해서 그 매력찾기에 재미 잃을 여력이 없는 그녀는 대체...
18금이라 잔인한 장면 좀 나오고 섹슈얼 적인 부분도 나오는데, 자기를 성폭행 하려던 남자동기를 엿먹이려고 옷 다벗고 유혹하는데 결국 서지 않는 그에게 'shame' 하는데 남자동기 자존심 상해서 'bitch'라고 말하며 가는 장면은 진짜 평이 안나올 정도 였다.
너무 적나라하고, 또 뭔가 슬픈 느낌도 들었다.

불사신마냥 UFC 우승자도 때려 눕힐만한 힘과 기술을 키우는 장면 대신 성적인 기술을 배우는 씬들이 있는게 기존에 첩보물들과 좀 다른 느낌인듯 하지만,
한편으론 여자는 성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듯한 진부함도 느껴졌달까.

아무튼 행복해지기 참 어렵다.







PCT Pacific Crest Trail 멕시코 북쪽에서 부터 미국을 통과해서 캐나다에 다다르는 서쪽의 트레일 길.
스페인의 까미노를 준비하면서 우연히 알게된 길이다.


인투더와일드라는 익히 pct에 관련된 영화를 참 인상 깊게 보았는데, 인간의 극한 상황에 직면한 주인공이 곤궁함과 추위에 죽는 결말을 보고 자연에 대한 경외감 같은 걸 느꼈었다. '나도 극함을 맛보고 싶다' 라고.
나는 지독하고 고독한 것을 좋아한다. 극한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 드리는 것 또한 선호한다.
이유는 각종 여행에 의한 단련 됨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난 엄청 게으르지만 여행에 떠나면 미친 사람처럼 군다.

이 영화을 줄곧 보고 싶었는데 볼 기회가 생겼다.


와일드 Wild.



상처 많은 그녀가 막 살다가 걷게된 길.
그녀가 길 위에서 겪는 여정이 담긴 영화.
자연에 스스로 내팽겨쳐져 점점 말라가고 정신 착란의 증세도 보이며 과거를 회상 하고 또 나아갈려고 애쓰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참 의미 없이 까미노를 걸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즉 목적지를 향한 까미노의 필그림 여정은 슬프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싸구려 와인과 치즈, 토마토, 바게트와 점철되기도 했지만, 주 목적은 지금 생각해보면 일탈, 탈출, 현실도피, 혼자, 무인도, 저렴하게 유럽 즐기기 등에 가까웠다.

처음에 만난 인연들과 억지로 일부러 헤어지고 가장 먼저 길을 나선 어느 새벽, 나는 밤보다 어둡다는 고요한 새벽을 홀로 마주하고 길을 찾아 걸었다. 결국 나는 길을 잃었고 그렇게 강물이 흐르는 곳에서 한창 방황을 하고 즐겨 먹었던 초코맛 크레센도랑 비슷하지만 더 알찬 스낵을 우걱우걱 씹으면서 정신을 차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나는 겨우 정확한 길을 찾고 나아갔다. 그렇게 온전히 혼자가 되고 싶었고 세상과 단절 되고 싶었던 나는 미친듯이 걷기 시작했다. 걷고 또 걷고 미친듯이 앞만 보고 걸었다. 도중 들린 상점에서 모자를 잃어 버리고, 나는 선택의 기로에서 앞으로 10키로 이상 정도를 더 걷느냐 쉬느냐에 놓여있었다.
나는 그대로 나아갔다. 맥주를 마시며 와인을 마시며 버텼다. 카미노를 걸으면서 처음으로 47키로 정도를 하루에 걸었다. 거의 10시간 이상을. 마지막 10키로 이상 구간은 중간에 숙소가 없기에 들어가면 되돌아 갈수도 날아 갈 수도 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에 미칠것 같았고 다리도 아파왔지만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왜냐면 돌아갈 곳이 없었기ㅡ때문이다..
그렇게 길과 싸운던 나는 길에서 노상방뇨도 서슴치 않고 결국 도로 아래 있는 마을에 다다랐다.
거지 같은 숙소 였지만 쉬기로 했고 겨우 씻고 겨우 먹고 겨우 잠에 청했다.



다음날 아침 나는 40키로 이상 또 걸어보고 싶었지만 몸은 움직이질 않았다. 전날에 간간히 마주친 미국놈이 내 얘기를 듣고 나는 내일 또 40키로 정도 걷고 싶다고 말했었다. 당일 아침 내 발은 말을 듣지 않았고 늦게 일어난 나를 쳐다보며 비웃는 미국놈의 면상을 후려 갈기고 싶었다.



아 길은 내맘대로 할 수도 없고 내 몸도 그렇다.
일어나고 억지로 걷기 시작한 나는 그렇게 그날도 길을 잘 못 들어서 또 그렇게 되돌아 갈수 없는 길을 더 걸어야 했다는.....


까미노 이전에 ABC 트레킹을 했었다.
5박6일로 했었고, 내려올때는 미친놈처럼 1박 2일만에 내려왔다. 그때 이상한 희열을 느꼈었고 어설프게나마 마라토너 혹은 등산가의 high를 느꼈던것 같다.
그래서 나는 가끔 정말 극한의 상황을 즐긴다.

새로운 꿈이 생겼다.
아니 꿈을 소환해 냈다는게 맞겠지.



PCT를 걸으며 스스로 극한의 상황을 맛보고 싶다.
나에게 잊고 있던 꿈을 상기 시켜준 와일드라는 이 영화를 추천 한다.
우리 청춘들은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산다.


[사진출처-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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