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수능'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대학이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시험.
미국에는 SAT이 있고 캐나다에는 GED가 있다.


나에게 수능이란 단어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긴장감이란 단어와 동등했다.
지금은 본지 너무 오래 되어서 잊었지만, 요새도 아주 가끔은 악몽으로 수능을 다시 보는 꿈을 꾸곤한다.
누군가가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을 꾸었다고 하는것과 비슷한 느낌일까?
여튼 나는 수능과 담쌓고 고등학교 생활을 하다 문득 고3에 3월 모의고사를 치루면서 공부를 시작한 케이스 였다.

완전 밑바닥이였고 나는 절박했다.
왠지 공부를 하지 않으면 수능을 잘 보지 않으면 루져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번갯불에 콩 튀기듯 나는 약 6개월간 하루에 16시간 이상 공부를 했다.

사실 야자를 제대로 해본적이 없어서 고등학교 내내 가장 알차게 시간 보낸건 사실 이 6개월간의 시간이였다.
친구들과 석식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야자를 하고 정말 재미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열심히 살았던 때도 이때인 걸 보면 나는 참 베짱이임에 분명하다.

그렇게 공부에 매진하면서 사회과목 중 하나를 독학하고 관련된 선생님을 괴로히면서 가끔은 심취했던 가수의 새로운 음반을 옥상에 가서 친구와 누워서 별보면서 들었던 노래들과 야자의 공기, 친구들의 집중, 몰래 들었던 라디오, 가끔 시켜먹었던 중국음식, 등등이 어우러져 어느새 수능날이 다가 왔다.


수능날 나는 모교에서 시험을 치뤘고 국어 시간엔 왠지 귀머거리가 된듯 듣기부터 망했던 것 같고, 수학시간은 다 찍고 잤는데 감시 감독 선생님이 자꾸 깨웠다.
그렇게 점심엔 죽을 먹었는지 학교 중식을 먹었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어쨋든 영어 시험과 사회시험을 치뤘다.

그렇게 나는 나왔고 밖에서 가족의 마중을 기다리면서 혹독하게 추웠고 외로웠다. 정말 회색빛과 퍼런빛의 섞임이였다.
정말 추웠다.
수능날은 왜이렇게 추운걸까?
그때 나는 홀가분함 보단 뭔가 내인생 망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철저하게 혼자였고 외로웠고 그 순간의 고독한 공기.


시간은 흘러 외면했던 현실과 마주했고 나는 깜짝 놀랐다. 운좋으면 대학을 갈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어찌저찌 나는 그 종잇 쪼가리로 대학에 합격했다. 비록 동기들 대부분은 만족 하지 않았지만 나는 어렵사리 합격했고 대학생활이 처음엔 즐거웠다.


그렇게 몇년전만해도 11월이면 시려웠던 내 감정은 시큰둥 해졌지만 수능보고 나서 한동안은 수능 다시 보는 꿈을 자주 꿨었다.

지금은 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도 안나지만...
수능 다시보라면 진짜 토나올것 같고 못할 것 같다.

근데 과연 대학이라는게 중요할까?

뭔가 고등학교때 공부 열심히 하면 좋은것 같긴하다.
적어도 그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방법중 하나이니까.
그렇다고 수능을 망친다고해서 인생 망친건 절대로 아니라는거다. 나는 인생이 끝난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그 기억이 소중하기도 하다. 뭔가 매진했다는 느낌이 남았기 때문에.

어디에서 읽었는데
공부를 왜하는지 모르겠고 꿈이 없다면
일단 공부를 해라. 그럼 나중에 공부가 필요한 순간에 공부를 해놓았기에 걱정이 없고 더 많은 선택권이 주어질 수 있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역시 꿈을 이루는 길 중 하나이다.


공부 열심히 했다면 후회하지 마라.
인생 이제부터 시작이다.

학력중시 사회에 강요당하고 희생당하는 학생들이 정말 불쌍하지만 피하는것보다 당당히 맞서고 나아가는게 났지 않겠나?? 어차피 수능도 경험중에 하나일뿐.

절망하지 말고 20대를 열심히 즐겼으면 좋겠다.


수능 본 모든 고3들 앞으로의 삶을 더욱더 값지게 채워나가길!! 수고하셨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