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스토리입니다. 반말체를 주의해주세요:)

 

 


  20대 초반 나는 인도에 가기로 결심했다. "차도 아니고 인도.. 인디아 India'- 영화 김종욱찾기 대사 중'.

 

 생애 첫 비행기를 타는 건 아니였지만, 생애 첫 배낭여행이었다. '인도'를 선택한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글쎄... 저렴해서? 가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세이빙이 많지 않은 풋내기 20대에게 선택권이란 많지 않았다. 돈이란 굴레에서 벗어나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성비(?) 좋은 인도를 첫 배낭 여행지로 삼았다. 사실 인도에 대한 환상도 어느정도 있었던 것 같다. 완전히 다른 나라, 다른 세계, 다른 문화라는.. 오른 손으로 밥을 먹고 왼손으로 볼 일을 처리하는.. 그리고 타지마할? 같은 흔히 남들이 생각하는 인도 이미지에 내가 가진 이미지 또한 많이 다르지 않았었던 거 같고 그렇게 미지의 세계를 향한 두근거림으로 가방을 꾸려나갔다.

 

일단 인도로 가려면 비자가 필요하다.

 

 인도 비자를 받기 위해선 인도 대사관에 가야 한다. 하지만 서울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나에게, 왕복 버스비는 부담이여서 나는 대행사를 통해서 인도 비자를 받았다. 지금 현재 인도는 도착비자가 있지만, 이때 당시만 해도 미리 비자를 받아놓아야 했고 받아 놓은 비자는 '비자를 받은 날부터 비자가 카운팅이 되는' 시스템이였다.(아마 현재 장기 여행비자도 여전히 이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마 비행기 티켓을 먼저 끊고 그 날짜에 임박해서 비자를 받았던 것 같다. 여행을 비자에 맞춰 꽉꽉 채워서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받은 비자는 3개월 여행비자였고, 그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이 인도를 보고 또 네팔 히말라야를 가는 것 또한 계획 중에 하나였다. 

 

 생애 첫 배낭 여행을 위해서 트레블 메이트에서 새로 가방을 샀고 '론리 플래닛'과 '프렌즈 인도 네팔'이라는 여행의 정석격인 책들을 분권해서 가방에 집어 넣었다. (트레블메이트 가방에 프렌즈 책이라니... 한쿡 초보자 배낭 여행자의 아주 빈틈없는 클리셰다.) 옷은 가서 살거라는 생각으로 아무 옷이나 집어 넣었는데, 외형에 1도 신경 안쓰는 타입이라 챙길 건 그닥 많지 않았던 거 같다.

근데 왜 때문인지 나는 여행의 동반자로 기형도의 시집 '입속의 검은 잎'을 택했다.

 

 

 

 

 

여행하느라 바쁠텐데 책 읽을 시간이 과연 존재할까? 

여행을 하면서 좋은 시를 읽으면 나의 지적수준이 올라갈거라고 생각했나보다.

하버드 다니는 사람이랑 대화를 한다고 해서 내 지적 수준이 하버드 다니는 사람처럼 되는 것이 아닌데. 

못말리는 지적 허영심에 기형도 시집은 희생 당했다고도 볼 수 있다.

(뜻밖의 여정을 시작한 시집은.. 과연..어떻게 될까?)

 

 

 

 

그렇게,

기형도 시집은 나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고 나는 그 책을 가방에 집어 넣었고, 인도행 비행기에 발을 올렸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세얼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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