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여행기입니다. 반말체를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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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와 나. 그리고 인도 여행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스토리입니다. 반말체를 주의해주세요:) 20대 초반 나는 인도에 가기로 결심했다. "차도 아니고 인도.. 인디아 India'- 영화 김종욱찾기 대사 중'.  생애 첫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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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도 짧지도 않은 비행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인도에 도착했다.

 

처음 마주한 인도는 뿌옜다. 뿌옇게 먼지 낀 그 밤. 그렇게 인도여행이 시작되었다.

 

 

 처음 만난 인도와 인사를 채 끝마치기도 전, 짧게 델리의 일정을 마치고 나는 서쪽으로 향했다. 난생 처음 야간 슬리핑 버스에 누워 잠에 들었고, 그렇게 작고 아담한 도시 '푸쉬카르'에 도착했다. 나는 그 곳의 작은 사막에서 무수한 별들을 이불 삼아 야외에서 잠을 청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가트라는 작은 강가에서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경험하며 내가 다른 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여행의 흥분과 온도는 정비례를 했었는지 날씨는 점점 더워져만 갔다. 영화 김종욱 찾기의 배경이 된 블루 시티 '조드뿌르'를 거쳐서 나는 예술의 도시 '우다이뿌르'에 도착했다. 우다이뿌르 또한 007의 배경이 된 도시인지라, 관광객이 정말 많기도 했지만, 그 자체로 정말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이기도 했다. 길가엔 그림 작품들이 즐비했고, 예술 작품을 만드는 사람, 예술 작품을 사는 사람, 예술을 배우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아주 작디 작은 싱글룸에 묵었다. 내가 묵은 그 게스트 하우스는 부의 냄새가 느껴질만큼 몇 층으로 되어 있었고 옥상에는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루프탑 식당이 있던 아주 뷰가 좋았던 곳이였다. 나는 내 작디 작은 방에 무엇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현재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여행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이였던 그 곳에서 더위 먹은 증상을 겪은 건 아주 잘 기억한다. 조드뿌르에서부터 간당간당 하더니 우다이뿌르에서 터져 버린 것이였다. 인도에 발을 내린 그날부터 영상 40도에 육박하는 인도의 그 뙈약볕에서 선크림도 잘 바르지 않은 채 쏘다녔기 때문일 것이다. 몸이 이상하다는 걸 감지한 나는 밖에 나가길 거부하고 누워 있기 시작했다. 머리와 몸이 너무 더워서 밖에 나가기도 싫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땐 방 안에 있던 한마리의 모기에게 비자발적 수혈을 당하지 않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게 전부였다. 너무 더워서 잠을 온종일 자는 것도 쉽지 않았다. 침대에 맞닿은 등짝은 축축하게 젖어 있기 일쑤였다. 누가 가만히 있으면 안덥다고 했을까? 그런건 인도에서 통하지 않는다. 그냥 에어컨이 최고인 것이다.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한국의 은행, 관공서, 커피숍 등이 최고인 걸 이때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경험하지 못했던 걸 새롭게 경험했을 때,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에 대한 소중함을 문득 깨닫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누워있는 것도 하루 온종일이지, 끝끝내 지루해진 나는 가방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때 내 손에 들려진 건.. 기형도의 책 '입 속의 검은 잎' 이였을까?

 

 

 

 

 

 

커줘유어마이걸.... 다음편에... 라고 여기서 끝마치면 욕을 먹겠죠?

 

(글 맛집이 되도록 노력 해볼게요. 취중표류기 구독 꾹 눌러주세요:)

 

 

 

 

 

 


 

 

 

그때 내 손에 들려진 건 나의 작디 작은 MP3였다. 

 

 

 나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MP3를 최대한 쓸 일이 없기를 바랬고, 또 최대한 쓰지 말자라고 처음에 마음을 먹었었다.

영화 김종욱 찾기의 대사 중 이런 대사가 있다. '그 나라의 공기, 거리의 냄새, 사람 사이의 느낌' 

영화의 영향을 받은 건 아니였지만, 이때의 나는 최대한 그 나라의 소리를 듣고 싶었다. 사람들이 하는 대화, 새로운 언어의 느낌, 인도의 만트라 소리, 거리의 시끄러움 등 자연스런 소음들로 이 나라를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이런 낭만적인 계획들도, 육체의 허약함 앞에서는 무너지는 법이다.

 현실의, 등짝의 축축함을 잊기 위해 달콤한게 필요했던 나는 엠피쓰리를 키고 노래를 몇 곡 재생했다. 그리고 이내 엠피쓰리 속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나는 책으로 가이드 북과 기형도의 책만 챙긴 것은 아니였다. 내 엠피쓰리엔  류시화 시인의 책들도 들어있었다. 그리고 이때의 나는 '입 속의 검은 잎'을 읽을 기분이 아니였다. 그의 책보다 류시화 시인의 꿈 같은 인도 스토리가 나에겐 구미가 더 당겼었다. 손바닥 보다 작은 스크린 속에서 겹겹이 이어진 글자들은 종이 책에 익숙해진 나에게 읽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꿋꿋이 글자들을 눈에 담아가니 어느새 나는 책 속에 빠져 들었다. 류시화 시인의 책은 인도 여행자들에게 성서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인도 여행을 준비하거나 하고 있거나, 했던 사람이거나.. 그 어느 누구도 류시화 시인에 대해 혹은 그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의 책을 여행하는 도중에 이렇게 마주 할 수 있게 되었었다. 그의 책의 내용은 꿈같은 스토리였고, 컨디션이 많이 안좋았던 그때의 나에게 인도가 아닌 다른 세계에 대한 스토리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인도에서 이렇게 아픈데, 그의 인도 스토리는 너무 이뻐서.. 이야기가 너무 미화 된게 아닌가 하고 그가 밉기도 했었다.

 

그렇게 그 밤, 나는 류시화 시인이 만난 인도를 엿볼 수 있었고,

축축하고 무더웠던 우다이뿌르에서의 나의 하룻밤은 저물어 가고 있었다.

 

 

 

 

 

다음날, 기운을 차린 나는 인도 최대의 축제인

'홀리 Holi' 축제를 경험하게 된다.

 

색채의 축제로 일컫는 이 축제에서 하얀 티셔츠를 입은 나에게 무수한 칼라들이 쏟아졌고 나도 사람들에게 색을 입혀주며 그렇게 생전 처음 마주한 인도에서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과 생전 처음 가본 장소에서 생전 처음 큰 축제를 즐겼다. 

 

 

 

 

이렇게 또 다시 새로운 세계가 주는 흥분과 설레임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갔다. 나는 정말 바쁘게 여행을 했다. 한 곳이라도 더 가기위해 돈을 아꼈고, 뙈약볕 더위에 입 맛을 종종 잃어 체중은 줄어갔지만, 하루하루 재미가 있어서 그런지 책을 읽을 날은 많지가 않았다.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시인의 책은 내 가방속에서 아주 빠빳하게 자리를 지키며 나의 여행을 조용히 관망하고 있었다.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며,

 

 

 

 

 

 

(사진출처 : 지뚫킥, 나무위키)

 

기형도와 나. 그리고 인도 여행 제 1장 보기↓↓

 

기형도와 나. 그리고 인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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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초반 나는 인도에 가기로 결심했다. "차도 아니고 인도.. 인디아 India'- 영화 김종욱찾기 대사 중'.

 

 생애 첫 비행기를 타는 건 아니였지만, 생애 첫 배낭여행이었다. '인도'를 선택한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글쎄... 저렴해서? 가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세이빙이 많지 않은 풋내기 20대에게 선택권이란 많지 않았다. 돈이란 굴레에서 벗어나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성비(?) 좋은 인도를 첫 배낭 여행지로 삼았다. 사실 인도에 대한 환상도 어느정도 있었던 것 같다. 완전히 다른 나라, 다른 세계, 다른 문화라는.. 오른 손으로 밥을 먹고 왼손으로 볼 일을 처리하는.. 그리고 타지마할? 같은 흔히 남들이 생각하는 인도 이미지에 내가 가진 이미지 또한 많이 다르지 않았었던 거 같고 그렇게 미지의 세계를 향한 두근거림으로 가방을 꾸려나갔다.

 

일단 인도로 가려면 비자가 필요하다.

 

 인도 비자를 받기 위해선 인도 대사관에 가야 한다. 하지만 서울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나에게, 왕복 버스비는 부담이여서 나는 대행사를 통해서 인도 비자를 받았다. 지금 현재 인도는 도착비자가 있지만, 이때 당시만 해도 미리 비자를 받아놓아야 했고 받아 놓은 비자는 '비자를 받은 날부터 비자가 카운팅이 되는' 시스템이였다.(아마 현재 장기 여행비자도 여전히 이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마 비행기 티켓을 먼저 끊고 그 날짜에 임박해서 비자를 받았던 것 같다. 여행을 비자에 맞춰 꽉꽉 채워서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받은 비자는 3개월 여행비자였고, 그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이 인도를 보고 또 네팔 히말라야를 가는 것 또한 계획 중에 하나였다. 

 

 생애 첫 배낭 여행을 위해서 트레블 메이트에서 새로 가방을 샀고 '론리 플래닛'과 '프렌즈 인도 네팔'이라는 여행의 정석격인 책들을 분권해서 가방에 집어 넣었다. (트레블메이트 가방에 프렌즈 책이라니... 한쿡 초보자 배낭 여행자의 아주 빈틈없는 클리셰다.) 옷은 가서 살거라는 생각으로 아무 옷이나 집어 넣었는데, 외형에 1도 신경 안쓰는 타입이라 챙길 건 그닥 많지 않았던 거 같다.

근데 왜 때문인지 나는 여행의 동반자로 기형도의 시집 '입속의 검은 잎'을 택했다.

 

 

 

 

 

여행하느라 바쁠텐데 책 읽을 시간이 과연 존재할까? 

여행을 하면서 좋은 시를 읽으면 나의 지적수준이 올라갈거라고 생각했나보다.

하버드 다니는 사람이랑 대화를 한다고 해서 내 지적 수준이 하버드 다니는 사람처럼 되는 것이 아닌데. 

못말리는 지적 허영심에 기형도 시집은 희생 당했다고도 볼 수 있다.

(뜻밖의 여정을 시작한 시집은.. 과연..어떻게 될까?)

 

 

 

 

그렇게,

기형도 시집은 나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고 나는 그 책을 가방에 집어 넣었고, 인도행 비행기에 발을 올렸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세얼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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